젠슨 황, 한국을 택한 구체적인 이유 : 피지컬 AI를 위한 완벽한 실험대
14조원 규모의 선택, 그 이면의 진실
지난해 2025년 10월, 젠슨 황이 강남 깐부치킨에 나타났을 때 많은 사람들은 단순한 이벤트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재용, 정의선과의 사담 속에는 한국 AI산업의 미래를 바꿀 숨은 전략이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는데요.
엔비디아가 한국에 최신 블랙웰 GPU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한 결정은 단순히 반도체 납품 거래가 아니었습니다. 이건 AI 산업의 다음 단계를 누가 선점하느냐를 결정짓는 엔비디아의 전략적 접근이자 배팅이었던 거죠.
화면에서 현실로 뛰쳐나온 AI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AI는 무형의 모습으로 대부분 스크린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챗GPT는 텍스트를, 나노바나나는 이미지를 만들어냈지만 실제 세계를 만지거나 움직이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집니다. AI가 카메라로 주변을 파악하고, 알고리즘으로 상황을 판단하며 로봇이 직접 물건을 조립합니다. 병원에선 환자를 돌보고, 물류창고에선 24시간 쉬지 않고 짐을 옮기죠. 바로 피지컬 AI(Physical AI)입니다.
Coherent Market Insights 분석에 따르면 AI 로봇 시장은 2024년 약 21조원에서 2031년 약 148조원으로 폭발적으로 커질 전망이라고 합니다. 연평균 32.3% 성장하는 셈인데요. 이건 전체 로봇 시장보다 4배나 빠른 속도라고 합니다.
CES 2025에서 젠슨 황은 "AI가 드디어 물리 법칙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처리하는 걸 넘어, 중력을 계산하고 물체의 무게를 감지하며 실제 세계에서 작동하는 AI 시대가 시작된겁니다.
미국도, 중국도 아닌 한국을 선택한 이유
젠슨 황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했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모두 갖춘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말이였는데요. 단순한 외교적 립서비스가 아닌 근거있는 주장으로 자국민으로서 그저 ‘국뽕’이 아닌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부분이였습니다.
세계 최고 밀도의 로봇 인프라
세계로봇연맹(IFR) 통계를 보면 한국의 로봇 밀도는 근로자 1만 명당 1,012대입니다. 싱가포르(770대)나 독일(415대)을 훌쩍 넘는 수준이에요. 전 세계 평균이 162대니까, 한국은 평균의 6배가 넘는 로봇 인프라를 갖춘 셈입니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건 뭘까요? 피지컬 AI는 실험실에서 완성되지 않습니다. 실제 공장에서 수만 번 돌려봐야 하고, 다양한 산업 현장의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한국엔 자동차·반도체·조선·배터리 같은 첨단 제조 현장이 풍부하기에 이런 살아있는 데이터는 AI가 학습할 수 있는 최고의 재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어떨까요? 제조업이 해외로 빠져나간 지 오래됐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최신 GPU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결국 선진 제조 인프라와 최첨단 AI 기술을 동시에 갖춘 나라는 여러 선택지 중 한국이 유일했습니다.
HBM 메모리의 절대 강자
GPU가 뇌라면, HBM(고대역폭메모리)은 신경망입니다. 아무리 강력한 GPU라도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메모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기에 매우 중요한대요.
SK하이닉스는 블랙웰 울트라에 HBM3E 12단을 단독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2025년 상반기에만 엔비디아에서 11조원어치를 팔았고 수율이 80%로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삼성전자 역시 2026년부터 HBM4 공급이 확정됐고요.
결론적으론 엔비디아 입장에선 한국 기업이 단순한 부품 공급처가 아닙니다. GPU와 HBM은 뗄 수 없는 관계니까요. 한국에 투자하는 건 곧 엔비디아 자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과 같다는 의견입니다.
촘촘한 5G 신경망
공장의 로봇 수백 대가 동시에 작동하려면 실시간으로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합니다. 한 대가 실수하면 전체 라인이 멈추니까 1초의 지연도 용납할 수 없죠.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SK텔레콤은 울산에 100메가와트급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고, 이음5G와 산업용 사설망으로 공장마다 독립적인 초고속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조건 역시 한국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입니다.
가상과 현실을 잇는 다리, 심투리얼
한국과 엔비디아 협력의 핵심은 심투리얼(Sim2Real)이라는 기술입니다. 생소한 용어일 텐데요, ‘Simulation’ 의 ‘Sim’ 을 현실(Real)로 변환하는 기술(Sim to real)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AI의 경우로 이야기 하자면 이렇습니다.
로봇을 현실에서 학습시키려면 수천 번 실패해야 합니다. 프로토타입의 부품도 망가지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위험하기까지 하죠. 하지만 가상 공간에선 아무리 실패해도 물리적인 피해나 리스크가 없기에 몇 초 만에 수백 번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죠.
심투리얼은 가상에서 완벽하게 학습한 AI를 현실에 그대로 옮기는 기술입니다. 게임으로 치면 튜토리얼을 끝낸 캐릭터를 실전에 투입하는 거죠.
각자의 역할, 하나의 생태계
엔비디아의 투자는 일회성이 아닙니다. 한국 주요 기업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피지컬 AI 생태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혁명
삼성전자는 GPU 5만 장으로 반도체 공장 전체를 가상으로 재현합니다. 칩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공정을 컴퓨터 안에서 먼저 돌려보는 것으로 엔비디아의 큐리토(cuLitho) 소프트웨어로 공정 한계를 돌파한다고 합니다.
평택캠퍼스에서는 HBM4 생산 설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내년 본격 공급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라고 합니다.
현대차의 로봇 공장
현대차는 30억 달러를 들여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를 세울 예정입니다. 올해 미국에 문을 여는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는 로봇이 공장에 투입되기 전 훈련받는 곳인데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는 이미 엔비디아의 젯슨 토르 플랫폼과 아이작 랩에서 학습을 마쳤습니다. 2028년부터 조지아주 공장에 실제로 배치되는데, 최대 50kg을 들고 영하 20도에서 영상 40도까지 작동하며, 배터리가 부족하면 스스로 충전소를 찾아가 교체한 뒤 작업을 재개합니다.
목표는 사람이 전혀 없어도 돌아가는 '다크 팩토리'입니다. 조명도, 냉난방도 필요 없는 24시간 완전 자동 무인 공장이죠.
SK의 인프라 구축
SK그룹은 두 가지 역할을 맡았습니다. SK하이닉스는 HBM3E로 GPU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SK텔레콤은 5G 에지 컴퓨팅으로 끊김 없는 실시간 통신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울산 AI 데이터센터가 완공되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면서도 지연 없이 공장의 로봇들과 통신할 수 있게 됩니다.
네이버의 디지털 트윈
네이버클라우드는 GPU 6만 장을 투입해 산업 현장을 가상공간에 정밀하게 복제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공장을 지을 때 실제로 짓기 전에 가상에서 먼저 지어보는 거죠. 설계상 문제점을 미리 찾아낼 수 있습니다.
3년이라는 골든타임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는 겁니다.
Statista는 AI 로보틱스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23.3% 성장해 105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글로벌 전문 서비스 로봇 시장도 2024년 48조원에서 2030년 189조원으로 폭발적으로 커질 전망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장엔 선점 효과가 엄청납니다. 먼저 표준을 만들고 데이터를 쌓은 나라가 주도권을 쥡니다.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말이죠.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나중엔 따라잡을 수 없다는 얘기이며 그만큼 선점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피지컬AI 협회 유태준 회장(마음AI 대표)의 분석이 정확합니다. "미국은 공장이 부족하고, 중국은 제재로 GPU 확보가 막혔습니다. 한국은 엔비디아에게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입니다."
엔비디아 역시 한국이 절실합니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 시장이 막힌 상황에서, 안정적인 HBM 공급과 첨단 제조 시설을 동시에 제공하는 파트너는 한국밖에 없으니까요.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5년 7월 '산업 특화형 피지컬 AI 선도모델 수립'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AI 팩토리 구현을 목표로 산업별 맞춤 전략을 세우고, 다양한 로봇이 서로 연동되는 통합 플랫폼을 설계하며, 실제 환경에서 기술을 테스트하는 '검증 랩'을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더 구체적입니다. 2025년 기준 26곳에 불과한 AI 적용 제조 현장을 2030년까지 100곳 이상으로 늘린다는 'AI 팩토리' 사업을 추진 중인데요. 기존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은 물론 프랜차이즈, 유통, 물류까지 확대한다고 합니다.
국내 AI 시장은 2026년 전년 대비 25% 증가한 6조 4,190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는 이유죠.
30만 장 GPU의 진짜 의미
기존 6만 5천 개에 26만 개를 더해 총 30만 장. 이게 모두 들어오면 한국의 AI 컴퓨팅 파워는 미국·중국 다음 세계 3위가 됩니다.
엔비디아가 정의한 피지컬 AI는 카메라·로봇·자율주행차 같은 시스템이 환경을 인식하고, 정보를 판단하며, 현실 세계에 물리적 영향을 주는 기술입니다.
기술 완성엔 세 가지가 필수적 요소인데, 데이터를 만드는 몸체(제조업), 연산을 수행하는 두뇌(반도체), 명령을 전달하는 신경망(통신). 한국은 이 삼박자를 완벽하게 갖춘 유일한 나라였습니다. 이 세가지 요소가 예상한 이론대로 ‘삼위일체’가 완벽하게 이루어 져 30만장의 GPU 활용도를 최대한 끌어올렸을 때는 초기 투자 그 이상의 큰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한강의 기적이 시작될까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가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면, 2020년대 피지컬 AI는 '한강의 기적 2.0'을 만들 수 있을까요?
인구 저하와 생산성 저하로 고민하는 한국 경제에, 피지컬 AI는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경부고속도로가 물리적 이동을 혁신했다면, 피지컬 AI는 생산과 노동의 방식 자체를 바꿀 겁니다.
현재의 사람은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하고, 로봇은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맡는 - 그런 미래가 3년 안에 현실이 될지도 모릅니다.
2009년, 스마트폰 혁신이 우리 생활을 바꾸던 시대와는 다릅니다. 과거엔 몇몇 기업에 의해 시민들의 생활 혁신이 이루어졌던 시기였다면, 이제는 인류에게 달린 과제의 일부가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국민이 관심을 갖고 해야하는 과제가 된 셈입니다. GPU 30만 장은 시작일 뿐입니다. 이걸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승부처죠.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대학 연구실, 교육기관과 산업 현장까지 모두가 참여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앞으로 3년, 한국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피지컬 AI의 실험실에서 엔비디아가 쏘아올린 30만 GPU란 공이 한국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기대됩니다.
오픈네트웍시스템 ㅣ 권태규